찾기전에 찾아가는 다정한 소식
나는 참여한다, 고로 노동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2023년 1월 1일부터 노인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더라도 만 65세 미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당사자 대부분이 법 개정 소식을 몰라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과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팀을 꾸려, 장애인 활동지원과 관련된 이 중요한 소식(다정한 소식)을 직접 전하는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발달장애인을 노동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함께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노동이 아닐까? 특히 그것이 공익적인 가치를 지녔다면?’
찾기 전에 찾아가는 다정한 소식은 장애인 활동가가 장애인 활동지원사와 함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와 관련된 지역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노동입니다. 짝꿍끼리 함께 활동하니까 팀 이름을 마포 활짝(활동하는 짝꿍들)이라고 했지만, 이 노동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장애인 활동가예요.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활동가의 노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지요.
생명과의 관계 맺기 성미산 탐조
탐조. 새를 관찰하다
매일 보는 새인데, 따로 뭘 더 관찰한단 말인가. 무슨 의미가 있지? 매일 보이는 새에 ‘주의’를 기울이진 않는다. ‘당연하니까’ 그 당연한 행위를 특별한 행위로 만드는 것이 탐조다. 시간을 내서, 새를 공부하고, 저 새의 이름이 무엇일지 같이 찾아보고, 물어보고, 어디 가면 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오늘 기대하고 간 새를 관찰하지 못하고 우연히 다른 새를 보게 되었을 때의 기쁨, 놀라움, 흥분 따위. 그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단어가 ‘탐조’이다.
인간이 아닌 생명체와 맺는 관계
우리가 ‘새’라고만 알고 있는 날짐승이 어떻게 나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답은 ‘주의’이다. 한 인간이, 인간이 아닌 다른 한 생명체와 관계를 맺게 되는 계기를 우리는 미리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 계기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것이 탐조 모임이고, 우리는 이 활동이 다른 많은 마을 사람들이 성미산에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탐조는 노력이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와 친해지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것이 사람이 아닌 생명체야 말해 뭣하랴.
그동안은 사이 전문 탐조 선생님의 그야말로 선의로 약간의 교육이 포함된 탐조 모임이 이루어지긴 했다. 우리는 그 역량을 우리도 조금 나눠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사이가 우리를 탐조 모임에 초대했듯이 우리 또한 더 많은 성미산 마을 사람들을 탐조 모임으로 초대할 수 있기 위해서.
다정한재단은 정말 '다정했다'
사심없이 모인 조그만 모임에서 사비를 들여 선생님을 초대하고 전문 장비를 구입하고 학습 자료를 구하기는 정말, 요원했다. 하지만 마포다정한재단은 우리의 뜻에 선뜻 공감과 후원을 보내왔고, 우리는 평소 꿈만 꾸던 전문 강사 초빙! 학습 자료 및 탐조 필수 장비인 쌍안경을 구매하여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언제라도 그들과 함께 성미산으로 탐조 활동을 나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다정한재단의 다정함으로 우리는 탐조 활동 역량을 무장했고, 앞으로 더 많은 이들과 다양한 탐조 모임을 지속할 예정이다!
'아무도 이렇게 안 춰 내가 췄다' 버블버블텍
아무도 이렇게 안 춰 내가 췄다
2018년부터 사부작과 한스피크는 장애인∙비장애인 주민이 함께 춤추는 클럽을 꿈꾸며 버블버블텍을 성미산마을극장에 열었다. 넓어진 공간만큼 자유롭게 청년들은 소리와 몸을 사용했다. 춤을 애정하는 청년들이 무아지경으로 몸을 흔들었다. 어떤 청년들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한쪽 손을 털기도 했고 스테이지를 가로질러 성큼성큼 걸어가 양 손바닥으로 강렬하게 벽을 치기도 했다. 각자의 움직임은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꽤나 힙하게 보이기도 해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 춤을 따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었다. 무시무시한 전염병이니 사람을 만나지도 말고 모두 집에만 있으라 하니 버블버블텍의 단골 청년들은 이전보다 더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이젠 코로나와 함께 지내도 된다 했다. 어쨌든 발달장애청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블버블텍을 다시 열 수 있다는 말이니 반가웠다. 게다가 다정한기금 지원을 받아 올 한 해는 안정적으로 버블버블텍을 진행할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이던지.
다정한재단 기부자들이 모여 기금 대상을 선정하는 ‘다정한파티’는 참여자들이 서로 지지와 격려를 주고받는 따뜻한 자리였다. 이렇게 재개한 버블버블텍에서 우린 춤 추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오래 기억될 장면들을 남겼다. 해방공간 버블버블텍에서 발달장애청년들은 각자 자유롭고 당당하게 반짝였다. 아니, 공간 안의 모두가 빛나며 서로 연결되었다.
경계없이 다정하게 연결된 우리
발달장애청년들이 보내는 버블버블텍 신청곡으로 문자 알림이 바쁘다. 영탁의 <찐이야>부터 트와이스의 <TT>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까지 그야말로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선곡이다. 희망나눔 어르신이 성미산마을극장에 사뿐히 들어오셨다. 버블버블텍을 즐기고 있던 동네 아이의 드레스가 어르신의 살랑살랑 스커트와 함께 수줍게 흔들렸다. 아마도 두 사람은 그날 처음 만났겠지만, 어느새 다정하게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날 두 사람은 눈부시게 빛났다.
버블버블텍에 처음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분들과 활동지원사 분들이 놀러 오셨다. 클럽은 처음이란다. 흥이 많은 분은 슬그머니 춤판에 들어가 즐기셨지만, 몇 분은 번쩍거리는 조명이 어지러운지 바라보기만 하신다. 활동지원사 분들도 그렇게 자리를 지키는 게 쑥스러워 보였다. 그분들이 초겨울 마을극장에 다시 오신 거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누군가 조심스레 휠체어를 밀어도 될지 여쭈어보니 좋다고 하신다. 음악에 맞춰 청년들도 휠체어도 같이 살랑살랑 쿵쿵 따라 흔들렸다.
피날레는 두말할 것도 없이 노라조의 <사이다>와 <카레>다. 아이, 어른,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이다!>를 외치며 극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버블버블텍을 노라조는 알까?